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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스토리텔링

by 바다기획 2016. 2. 13.
우연

민지는 차선을 바꾸는 일이 늘 신경쓰였다. 차선을 바꾸려고 사이드밀러 를 보면 뒷차와의 간격이 적당한지 아닌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타이밍을 못맞추어 크락션소리 세례를 받기 일쑤였다. 늦잠을 자는 통에 보통 때보다 늦게 나선 출근길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더욱 차선을 바꾸는 일이 어려워졌다.

여기서 일차선을 타야 되는데...

옆차선은  보니 빈틈없이 차들이 줄을지어 엉금엉금 밀려가고 있었다. 차를 끼워넣을 틈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민지는 좌회전 받아야 하는 사거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진땀이 흘렀다. 사거리를 지나치면 한참을 둘러가야 하고 지각은 불을 보듯 뻔할터였다. 민지는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차선을 바꾸려고 핸들을 돌렸다.

오 신이시여

빠아앙  빵빵

민지의 차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어 앞으로 끼어들자 강희는 브레이크를 밟는동시에 크락션을 눌렀다.

이런 미친놈을 봤나!

다행히 차는 간신히 끼어든 차의 범퍼에 닿을락말락한 간격을 두고 속도를 줄여 추돌을 피했다. 강희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앞차 운전자를  째려봤다. 당장 달력나가 멱살을 잡고 차에서 끌어내려야 직성이 풀릴  것같았다. 좌회전 신호를 받기위해 차들이 멈추어 섰다. 강희는 내려 앞차에 가려다가 간신히 참고 앞차의 운전자 뒤통수를 노려보면서 분을 삭였다. 신호가 바뀌어 좌회전 신호가 켜지자 앞차가 출발했다. 강희는 앞차가 자신이 가려는 방향으로 계속가자 살짝 속도를 내어 앞차의 옆으로 붙였다. 그리고 앞차 운전자를 살펴봤다. 여자였다. 여자임을 확인한 강희는 속으로 그럼 그렇지 하고 미숙한 운전감각을 봐서 여자였을거라는 자신의 추측이 들어맞았다는 희열에 휩싸였다.

분홍빛을 머금은 우유빛 뺨 위로 가느다란 갈색 머리카락 몇 가닥이 엉겨 붙어 있고 그중 긴 가닥이 붉은 입술에 물려진채 크게 떤 눈을 하고 앞만 바라보고 있는 여자 운전자는 방금 일어난 자신의 실수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강희의 마음속 화가 사라져버렸다.

이쁘다.

그냥 지나칠려다가 강희는 여성운전자에게 그녀의 실수를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붉은 신호등켜지고 차들이 멈추었다. 강희는 조수석 창을 내리고 가볍게 경적을 눌렀다. 마침 그녀가 강희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강희의 몸동작을 발견했다.

민주는 옆차의 창문이 내려져 있고 자신을 향해 뭔가를 전달하려고  손짓을 하는 운전자를발견하고 창을 내렸다. 강희는 창문이 내려지자 말했다.

이봐요 그렇게 갑자기 뛰어들면 어쩝니까? 사고날뻔했잖아요!
네? 아, 죄송합니다.

민지는 방금 지나쳐온 사거리에서 무리한 좌회전이 사고를 일어킬뻔 했구나 하고 짐작한 후 모두 내탓이다 하고 사과를 했다. 민지의 사과에 머쓱해진 강희는 살짝 미소를 지어 상대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경계를 풀어지게 했다. 그러나 민지는 오히려 그 미소에 그만 의심을 갖게 되었다.

뭐지,  저 미소는?

민지의 큰 눈은 더욱 커지고 입술이 살짝 벌어지면서 하얀 앞니 두개가 드러났다. 어디서 불어온 바람은 넓은 이마를 살짝 가린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흔들어 이마를 쓸고 있었고 그 중 몇 가닥은 긴장된 운전으로 송글송글 맺힌 진땀에 붙들려 이마 위에 착 달라 붙어 부드러운 밍크털처럼 웨이브가 져 있었다.

민지는 잠깐 그 모습으로 강희를 바라봤다. 강희가 아무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전방으로 눈길을 돌리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턱을 핸들 위에 바짝 가져가 이젠 운전 외에는 신경쓰지 않을 것이란 의지를 보여주는 듯한 자세를 했다.

강희는 한 번 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크락션을 눌렀지만 크락션 소리에 민지는 차창마저 올려 버렸다. 민지는 녹색등이 켜지자 악셀레이터를 밝고 차를 재빨리 전진시켰다. 치한으로부터 탈출하는 아가씨가 나살려라 하는 것처럼 시커먼 연기를 뿜고 차는 나아갔다.

강희도 서둘러 차를 출발시켜 그녀를 바짝 쫓았다. 그러나 그의 앞을 커다란 츄레라가 비집고 들어오는 통에 그만 차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츄레라를 비켜 다시 시야가 확보되었을 땐 이미 그녀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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