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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스토리텔링

by 바다기획 2016. 2. 4.


고백

뭐라고?
널 좋아한다고 아니 사랑한다고
너 벌써 취했어?
아니
...
민지는 성호가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않았다. 뜬금 없이 사랑한다니 이게 무슨 가당키나한 소린가 하고 뜨악한 눈길로 성호를 살펴봤다. 분명 술에 취한 것은 아니다.

아니 너 지금 농담하는거지 응 그래 나도 사랑한다. 우리 결혼이나 해버릴까 헤헤

아니 농담 아니야 성호는 민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진심이란 몸짓을 보냈다.

민지는 사태를 눈치채고 정색을 하고는 말했다.

너 우리가 어떤 사인지 몰라 그런 소릴하냐? 넌 내 둘도 없는 고향친구야.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냐. 그리고 오늘은 그만 집에 가자 술맛 떨어졌다.

민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몸을 세우자 성호는 민지의 팔목을 잡았다.

다들 친구하다가 애인되고 결혼하고 해 별것 없어. 너도 날 좋아하잖아.

난 아니거든 그리고 나 피곤하니까 집에간다. 넌 더 먹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그리고 이딴 소리 할 거면 연락하지마.

민지는 성호의 손을 뿌리치고 술집을 나와버렸다. 미친놈 하면서 뒤도 돌아 보지 않고서 떠났다.

성호는 민지를 따라 나가려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빈잔에 소주를 채우고 단숨에 들이키곤 생각했다.

그래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겠지. 시간을 두고 설득하면 될거야. 시간 그래 시간이 필요해

고향에서 담하나를 사이에 두고 집이 붙어 있는 관계로 성호와 민지는 오누이 같이 지냈다. 민지는 고향에서 손에 꼽을만큼 얼굴이 고와 성호랑 면식이 조금만 있을라치면 누구던 민지를 소개해 달라고 졸랐다. 성호는 그럴 때면 기꺼이 소개해 줬고 민지도 흔쾌히 응했다. 둘은 대학도 같은 곳으로 진학하였고 변함없이 친구로 편안하게 지내왔다. 대학에서도 성호에게 고향에서처럼 민지를 소개해 달라는 동기들로 몸살을 앓았다. 처음엔 아무생각 없이 곧잘 소개해쥤지만 한번 깊은 관계로 발전하였다가 깨어지는 사건 이후로는 절대 소개해주지 않았다. 민지가 서럽게 울던 어느 봄밤에 다짐했었다. 두번 다시 소개해 주지 않기로. 그 이후로 민지는 봄이 되면 신열을 앓키 시작했다. 그런 민지를 옆에서 보면서 성호는 자신에게 불같이 뜨거운 노여움을 느꼈야만 했다.

병신 그깐 일을 왜 저렇게 잊지 못하는거야 라면서 민지의 아픔을 폄훼하면서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위안을 삼기도 했었다. 그렇게 봄마다 슬픔은 비껴가지 않고 민지를 덮치곤 했고 성호는 안타까움을 안은 채 군대를 다녀왔다. 어느 듯 4학년이 되었고 민지는 졸업해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성호와 민지는 여전히 오누이처럼 서로를 위로하고 달래고 때론 함께 세상을 푸념하고 서로의 모자람을 지적질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성호가 민지에게 애틋한 감정이 생겨난 것은 그렇게 봄마다 앓는 민지를 보고 나서 부터다. 민지를 저렇게 만든 것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처음엔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민지에 대한 감정이 복잡해졌다. 사랑이라고 단정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이젠 더 이상 민지를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하면서 고백을 준비했다.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오늘처럼 늘 그래왔던 것처럼 술자리에서 고백을 하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이런 반응을 염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민지가 시간을 달라는 둥 아니면 수줍어 하거나 아니면 조용히 수긍의 미소를 보내 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그런데 민지의 태도가 너무 단호해 당황스러웠다. 무리하게 따라가서 민지에게 더 얘기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싹 없어졌다. 그러나 어쩌면 저렇게 단호한 태도는 오히려 긍정의 양면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성호는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성호가 부천 상동 제주연탄고기에서 나온 것은 민지가 떠나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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