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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벚꽃나무 숲 아래 데이트 할 때 꼭 기억해야할 소설

by 바다기획 2016. 7. 5.
일본 호러 걸작선
내가 본 호러물 소설중에 가장 참신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   

     

특히 사카구치 안고와 나쓰메 소세키 작품이 순간 순간 삶의 어느 한가한 시간 즉, 꽃을 본다거나 무섭게 어두운 장마 먹장구름속에 갇혔거나 하면 떠 오릅니다. 

악령의소리     
저자 : 나쓰메 소세키 

夏目漱石(1867~1916,〈악령의 소리〉)는 일본 근대화의 성격을 독창적이고도 참신하게 풍자한《나는 고양이로소이다(吾輩は猫である)》로 유명한 분입니다.  이 작가의 소설을 몇 권 읽었는데 이는 일본을 좋아하지 않은 저에게 참 고무적인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악령이소리는 정말 걸작입니다. 주인공은 곧 결혼을 앞둔 총각인데 비가 몹시 오는 밤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귀신들린집, 악령에 의해 죽은 여자 얘기등 불길한 얘기를 합니다. 집에 돌오온 주인공은 곧 약혼녀가 걱정이 되는데 한적한 곳에 위치한 자신의집에서 악령이 내는 것 같은 섬뜩한 소리에 점점 공포에 빠져듭니다. 약혼녀의 안위가 걱정된 주인공은 비가 오는 밤길을 걸어 약혼녀의 집에 갑니다. 약혼녀의 집에 도착할 즈음 비는 그치고 날도 밝습니다. 장인어른, 장모할 것 없이 새벽에 나타난 예비사위의 모습에 놀랍니다. 약혼녀도 기별을 듣고 나와서 주인공을 따뜻하게 맞아줍니다. 약혼녀의 건강하고 해맑은 얼굴에 주인공은 괜한 걱정에 휘말린 자신의 무지함을 책망합니다. 그렇습니다. 내용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참 따뜻하고 밝고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름답고 귀여운 이야기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하룻밤의 에피소드가 오랫동안 기억속에서 살랑거립니다. 터무니없이 새벽에 찾아온 예비신랑을 탓하지 않고 차분하게 맞아주면서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단아한 모습을 유지하는 약혼녀의 모습은 아주 백미였습니다.  

 
은하철도999의 원작을 쓴 미야자와 겐지의 〈주문이 많은 요릿집〉도 있더군요. 정말 글이 담백하면서도 생각해보면 머리카락이 쭈빗서게 합니다. 로알드 닥의 작품을 보는 듯했습니다.

제가 만화를 잘(?) 그리게 된 계기가 저 메텔이 너무 예쁘서 똑같이 따라 그리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의 가장 화재의 작품을 꼽으라면 <활짝 핀 벚꽃나무 숲 아래> 라고 말하겠습니다. <악령의 소리>도 있지만 말입니다.

  
저자 : 사카구치 안고
坂口安吾(1906~1955,〈활짝 핀 벚꽃나무 숲 아래〉)는 패전 후의 혼미한 상황을 통찰한〈백치(白痴)〉,〈타락론(墮落論)〉으로 유명한 전후의 대표적 작가라고 합니다.


내용이 이렇습니다. 


어느 산적이 고개를 넘는 나그네를 도적질하다가 너무 이쁜 여자를 만나 그 남편을 죽이고 여자를 데리고 삽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끊임없이 남자에게 요구합니다. 패물을 가져달라 화장품을 가져달라고 말입니다. 여자에 빠진 남자가 여자의 모든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고개를 넘는 나그네를 죽이고 죽입니다. 그런데 여자는 성이 차지 않습니다. 도시로 가자고 부탁하여 그녀와 함께 도시로 갑니다. 도시에서 산적은 끊임없이 도둑질을 통해 여자의 요구를 들어줍니다. 심지어 사람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합니다. 여자머리, 이쁜 남자의 머리, 중머리 등등 여자는 이런 머리가 썩어 문드러질때까지 인형처럼 가지고 놉니다. 중이랑 여자가 바람이 나고 이쁜 남자를 남색하고 하는 상황극을 만들어 말입니다. 산적은 벚꽃이 만발한 고개를 그리워하기 시작합니다. 여자에게 산으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여자는 일단 산적의 요구를 들어줍니다. 벚꽃이 허드러지게 핀 숲속에서 남자는 괴물로 변한 여자를 그만 죽이고 맙니다. 죽은 여자는 본래의 모습으로 처연하게 죽어 있었습니다. 


벚꽃이 활짝핀 숲속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은 곳입니다. 끔찍한 곳이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벚꽃 나무 아래 꽃구경을 하면서 사랑을 나눕니다.


원래 이 작품의 초입에 활짝 핀 벚꽃나무 숲 아래 사람들이 노닐며 벚꽃을 구경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는 설명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남자는 숙명처럼 여자에 의해 살게 되어지지만 결코 낭만적이거나 행복한 것이 아니란 뜻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단히 함축적이면서 몽환적이고 섬뜻한 얘기입니다.


내일신문 백재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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